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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족이 챙겨야 할 것

치매 진단 이후 우리 가족이 가장 먼저 했던 일 5가지

by info-abc1 2025. 8. 1.

치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우리 가족은 어떤 감정도 표현할 수 없었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마음과 뭔가 빨리 조치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초조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하지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수많은 정보는 현실적이지 않았고, 가족 간의 갈등은 조금씩 자라났다. 이 글은 우리 가족이 아버지의 치매 진단 직후, 가장 먼저 실천했던 다섯 가지 조치를 중심으로 정리한 경험기다. 지금 막 진단을 받은 가족이 있다면, 혼란 속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치매 진단 이후 우리 가족이 가장 먼저 했던 일 5가지

1. 진단 내용을 가족 모두에게 공유하고 역할 분담 회의를 했다

아버지가 병원에서 “경도인지장애로, 치매 초기 단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그날 밤,
우리는 가족회의를 열었다. 누구는 회피하고 싶었고, 누구는 과하게 걱정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각자의 역할을 정하는 것이었다.

  • 누가 병원 예약을 관리할지
  • 누가 약 복용을 체크할지
  • 누가 정서적 케어를 맡을지

이 작은 역할 분담은 나중에 큰 갈등을 줄여줬다. 감정 싸움보다는 책임 공유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2. 법적 준비 – 가족관계 및 재산 문서 점검

진단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었지만, 우리는 재산 관련 문서와 법적 위임 문제를 미리 점검했다.
특히 아버지 명의의 부동산, 통장, 공과금 등은 나중에 본인이 직접 관리할 수 없을 상황을 대비해 위임장, 가족관계증명서, 인감 등록 등을 준비했다.

처음엔 이런 절차가 너무 냉정하게 느껴졌지만,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치매는 점점 ‘판단 능력’을 앗아가기에, 정신이 온전할 때 준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3. 치매안심센터에 등록하고 복지 서비스 신청

진단서를 받은 후,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동네 보건소 내 치매안심센터였다.
무료로 인지 기능 검사, 가족 상담, 치매 안내 자료, 간호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었다.

특히, 가족 간병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엔 막연했지만, 상담사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이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4. 집안 환경을 바꿨다 – 안전한 생활 동선 확보

우리는 아버지가 낙상하거나 혼란을 겪지 않도록 집 구조를 일부 변경했다.
불필요한 가구를 치웠고,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았으며, 화장실과 침실 사이 동선에 센서등을 설치했다.
또한,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 인덕션으로 바꾸고, 문에는 문 걸림 방지 고리를 달았다.

이런 변화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예방이 가장 강력한 돌봄임을 절실히 느끼게 해줬다.


5. 가족 모두가 ‘치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가장 늦게 한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조치였다.
우리는 유튜브, 보건소 강의, 도서관 자료 등을 통해 치매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배웠다.
특히 치매 환자의 언어적 특징, 혼란을 줄이는 대화법, 감정 변화 대처법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아버지를 ‘환자’로 보기보다 이해하려는 시선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식을 얻은 만큼, 마음의 거리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치매 진단 이후,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전쟁에 휘말린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하나씩 움직이고, 배우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조금씩 버텨낼 수 있었다.
이 글에 적힌 다섯 가지는 특별한 해결책이 아니라, 가장 기본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들이다.
지금 막 같은 길을 걷게 된 누군가에게 이 경험이 작은 나침반이 되었으면 한다.
혼자서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 가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