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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치매 초기 증상 발견 과정

by info-abc1 2025. 7. 30.

아버지의 치매 증상을 처음 알아차린 순간은 생각보다 늦었다. 매일 보던 사람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가족은 종종 눈치채지 못한다. 그저 피곤한 줄 알았고,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반복되는 질문과 낯선 행동들이 우리 가족에게 작은 불안을 남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처음에 그 불안을 외면했다. 돌이켜보면, 치매의 초기 증상은 의외로 일상 속에서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이 글은 우리 가족이 치매의 시작을 인식하게 된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똑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긴다.

 

1. 처음 느꼈던 이상한 기분

아버지가 같은 질문을 반복한 것은 어느 겨울 저녁이었다.
“내일 병원 가야 되지?”라는 질문을 하루에 세 번 넘게 들었을 때, 어머니는 “왜 이렇게 깜빡깜빡 하시냐”며 웃어넘기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상황은 하루 이틀만의 일이 아니었다.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똑같은 질문은 반복되었고, 어떤 날은 본인이 아까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그것을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넘기려 했고, 어머니도 “예전에도 이런 적 있었잖아”라고 위로했다. 그때는 그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믿고 싶었다.

우리 가족의 치매 초기 증상 발견 과정


2. 더 이상 웃어넘길 수 없었던 순간

결정적인 사건은 아버지가 집 근처 마트를 가는 길을 잃어버렸을 때였다.
그날, 평소처럼 “다녀오겠다”고 나가신 아버지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받지 않자 가족 모두가 밖으로 나섰다. 1시간쯤 지나 아버지는 동네 입구에서 헤매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여기 어디야?”라고 물으셨다.

그날 이후 우리는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3. 병원 진단 전까지의 갈등과 회피

어머니는 병원에 가는 걸 극도로 꺼리셨다. “괜히 치매라는 말 들으면 더 악화될 수도 있어”라는 말로 상황을 회피했다. 나 역시 병원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뀔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아버지를 설득했고, 정신건강의학과에 예약을 잡았다.


4. 첫 진단: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입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치매는 아니지만, 그 전단계입니다.”
이 말은 우리 가족에게 한편으로는 안도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이 없다’는 경고처럼 들렸다.

그날 이후 우리는 아버지의 일상 루틴을 점검했고, 주변 환경도 조금씩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우리 가족은 그 진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가까운 가족일수록 사소한 변화를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혹시 당신의 가족도 평소와 다르지는 않았는지 한번 돌아보기를 바란다. 작은 징후를 놓치지 않는 것이, 치매와의 싸움에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