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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가족을 위한 일상 루틴 만들기 – 실패와 성공의 기록

by info-abc1 2025. 7. 30.

치매는 환자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그 병을 함께 살아가는 가족에게도 매일이 전쟁이다. 우리 가족은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일상의 리듬을 다시 짜야 했다. 단순히 시간을 정해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반복되는 혼란과 예측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여러 번 루틴을 망가뜨렸고 그 속에서 조금씩 방향을 찾아갔다. 이 글은 우리 가족이 경험한 치매 가족 돌봄 루틴의 실패와 성공의 기록이다. 감정적으로 힘든 시간을 버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던 일들, 그리고 절대 다시 하지 않을 실수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치매 가족을 위한 일상 루틴 만들기 – 실패와 성공의 기록

1. “루틴이 필요하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처음에는 모든 게 즉흥적이었다.
아버지가 아침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냥 두었고, 밤에 자지 않으면 TV를 틀어드렸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곧 가족 모두의 일상을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나 역시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어머니는 점점 지쳐갔다.

아버지가 어느 날 아침 식사를 두 번 했고, 오후 약을 안 먹은 채 하루를 보내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그때야 우리는 **‘하루 일과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2. 처음 만든 루틴은 엉망이었다

우리는 엑셀로 하루 일과표를 만들었다.
아침 7시 기상 → 8시 식사 → 9시 산책 → 11시 간식 → 12시 점심... 식으로 빼곡히 채웠다.

하지만 이 루틴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의 컨디션은 매일 다르다는 점이었다. 어느 날은 아버지가 일어나지 않았고, 어떤 날은 갑자기 외출을 고집했다. 정해진 시간표는 오히려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줬다. **“왜 이 시간에 안 일어나세요?”**라는 말이 분쟁의 씨앗이 되었고, 결국 루틴은 며칠 만에 무너졌다.


3. 성공했던 루틴의 핵심은 ‘유연함’이었다

실패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고정 시간표가 아닌 **‘기준 중심의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기상 후 30분 이내 식사’, ‘점심 식사 후 반드시 산책’, ‘해 질 무렵엔 조명 켜기’ 같은 구조였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루틴은 아래와 같았다:

  • 기상 – 커튼 열기 + “좋은 아침” 인사
  • 식사 – 같은 식탁 자리 / 같은 식기 사용
  • 산책 – 매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
  • 취침 – 1시간 전부터 조명 줄이기 + 라디오 켜기

반복되는 요소는 아버지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줬고, 돌보는 우리도 훨씬 덜 피로했다.


4. 실패에서 얻은 교훈들

루틴이 무너진 이유는 대부분 가족의 과도한 기대 때문이었다.
“이 시간엔 무조건 해야 해”라는 고집은 치매 환자에게 오히려 혼란을 주었다.
또한, 여러 가족이 함께 돌보는 경우 각자의 돌봄 스타일 차이도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래 원칙을 세웠다:

  • 완벽한 루틴은 없다. 유연한 루틴이 필요하다.
  • 환자 중심 루틴, 가족 중심 스케줄은 분리한다.
  • 기록은 되도록 간단하게 남긴다. (일기보다 체크리스트)

치매 가족과의 일상은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배우는 시간이다.
우리는 완벽한 계획이 아닌, 서로가 덜 지치는 방향을 찾아가야 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루틴은 ‘통제’가 아닌 ‘안정’을 위한 도구라는 것을.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중요한 건 매일 다시 시도하는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