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완치될 수 있을까요? 많은 이들의 공통된 질문
치매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사람들은 대부분 '돌이킬 수 없는 병'이라는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실제로 치매 진단을 받은 당사자나 가족은 가장 먼저 “완치가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만큼 치매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삶의 방향을 바꿔놓는 질병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치매는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치매는 완치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치매는 ‘단일 질병’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증후군이기 때문에, 원인에 따라 치료 가능성이나 진행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즉, 치매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대응하면 완치는 아니더라도 증상 완화와 진행 억제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치매를 무조건 돌이킬 수 없는 병으로 단정짓기보다는, 치료 가능성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치료 가능한 치매, 조기 발견이 희망의 열쇠입니다
치매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고 원인을 제거하거나 치료하면 회복 가능하거나 증상을 크게 완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물 부작용, 갑상선 기능 저하, 비타민 B12 결핍, 우울증, 수두증 등에 의해 나타나는 ‘가역성 치매’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면 회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흔한 치매인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루이체 치매 등은 현재로서는 완치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들 치매는 뇌세포 자체가 손상되거나 사멸하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손상된 뇌세포를 복구하는 치료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제와 인지 기능 훈련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최근에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타겟으로 한 신약들이 임상에서 일정한 효과를 보이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치매 치료의 현실, 약물과 비약물 치료의 병행이 중요합니다
현재 치매 치료의 중심은 증상 완화와 진행 억제를 위한 약물치료입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는 대표적으로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의 약물이 사용되며, 이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유지시켜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또 일부 환자에게는 행동 이상 증상(BPSD: 불안, 공격성, 환각 등)을 조절하기 위해 항우울제나 항정신병 약물이 함께 처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회상치료, 인지 훈련 등 비약물적 치료법이 함께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서적 자극과 기억 회복을 위한 회상치료는 가족과 함께하는 활동으로 환자에게 큰 안정감을 주며, 인지 기능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또한, 운동과 영양 관리, 규칙적인 수면, 사회적 관계 유지 등 전반적인 삶의 질 관리가 치매 치료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치매 치료는 단순히 ‘약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함께 설계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완치보다 중요한 것, 삶의 질을 지키는 치매 관리의 의미
치매는 완치보다는 장기적인 돌봄과 관리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물론 완치를 기대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느냐입니다. 현재 치매 치료의 목표는 환자가 가능한 오랫동안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가족의 역할도 매우 큽니다. 조급한 치료보다는, 환자의 감정과 인격을 존중하는 돌봄이 중요합니다. 하루하루가 불안과 혼란의 연속인 환자에게 있어, 따뜻한 말 한마디, 부드러운 손길, 익숙한 음악 한 곡이 어떤 약보다 큰 안정이 될 수 있습니다. 치매는 단지 병의 이름이 아니라, 관계의 방식과 삶의 태도를 새롭게 조율해나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완치보다 더 긴 여정이지만, 그 길에는 분명 의미와 희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