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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앗아가는 ‘시간 감각’의 정체

by info-abc1 2025.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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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겪는 많은 환자들은 '오늘이 몇 월인지', '아침인지 저녁인지'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를 ‘시간 지남력 장애’라고 하며, 치매 초기 증상 중 하나로 매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시간 지남력은 **‘지남력(orientation)’**의 일부로, 사람은 뇌의 전두엽과 해마 등의 기능을 통해 시간을 이해하고 흐름을 인지합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성 치매처럼 해마가 먼저 손상되는 경우, 어제와 오늘의 구분은 물론 계절이나 요일조차 흐려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이는 단순한 기억력 저하가 아니라, 시간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 자체가 약해졌다는 신호입니다. 이처럼 시간 개념이 붕괴되면 혼란과 불안, 심한 경우 배회나 분노로 이어지기 때문에 초기 관찰과 지원이 중요합니다.

시계 읽기조차 어려워지는 치매의 현실

치매 환자에게 가장 흔한 행동 중 하나는 "지금 몇 시야?"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특히 아날로그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낮과 밤을 혼동해 한밤중에 외출하려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시간 인지 기능의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약 복용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식사 시간과 수면 시간이 뒤섞여 영양상태나 수면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디지털 시계가 더 명확할 것 같지만, 숫자의 의미조차 인지하기 힘든 환자도 있어, 시계 자체가 ‘정보’가 아닌 ‘혼란’의 도구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시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시간을 인지시켜주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시간 혼란에 대처하는 환경 설계 방법

치매 환자의 시간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각적, 청각적 단서를 동시에 활용하는 환경 설계가 필요합니다. 우선, 날짜·요일·시간이 함께 표시된 대형 디지털 시계는 하루 일과의 기준점을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커튼을 열고 햇빛이 들어오도록 하여 ‘아침’을 체감하게 하고, 저녁에는 조명을 줄여 자연스럽게 수면을 유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일상 속 반복되는 일정(식사, 산책, 약 복용 등)을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치매 환자에게 시간 감각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가정 내 달력에 스티커로 일정을 표시하거나,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하는 등 시각적 자극을 생활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족과 돌봄자가 기억해야 할 언어적 접근법

치매 환자가 시간 개념을 혼동한다고 해서, 억지로 '오늘은 화요일이야!'라고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거나 환자를 당황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부드럽게 시간의 흐름을 안내하는 말투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점심 드신 지 좀 돼서, 이제 산책 시간이에요"처럼 맥락 중심의 대화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불안을 공감해주는 태도입니다. 시간 개념을 잃어 혼란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보다 ‘안심’입니다. 환자에게 혼란을 주기보다는, 익숙한 일상과 반복적인 일과를 통해 서서히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처입니다.

 

치매가 앗아가는 ‘시간 감각’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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