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에 더 심해지는 치매 증상, 일몰증후군이란?
치매환자가 평소와 다르게 늦은 오후나 저녁 무렵 갑자기 불안해지고, 흥분하거나 혼잣말을 하며 낯선 사람을 찾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닌 ‘일몰증후군’ 또는 ‘석양증후군’이라는 치매의 대표적인 행동 증상 중 하나입니다.
일몰증후군은 오전 시간에는 비교적 안정적이던 환자의 상태가 해가 지고 어두워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공격성이나 망상, 불안감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많은 보호자들이 이 시간대를 지나며 큰 스트레스를 겪게 되며, 치매환자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해 어려움을 토로하곤 합니다.
일몰증후군의 원인, 왜 해가 지면 불안해질까?
일몰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는 시각 자극의 부족, 피로 누적, 생체 리듬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면 사물의 식별이 어렵고, 평소 익숙하던 환경도 낯설게 느껴지며 환자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루 종일 축적된 피로로 인해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사고력과 감정 조절 능력도 약해져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감각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익숙하지 않은 소리나 그림자가 자극이 되면 망상이나 환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치매환자의 이러한 특성은 그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환경 조성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일몰증후군 예방을 위한 일과 조정과 환경 조성
가장 중요한 대응 방법은 치매환자의 일과를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오전에는 산책이나 간단한 운동, 활동적인 일을 하게 하여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고, 점심 이후에는 무리한 활동보다는 휴식을 유도하여 피로가 과도하게 누적되지 않도록 합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대에는 방 안의 조명을 은은하게 밝혀 시각적인 혼란을 줄이고, 조용한 음악을 틀거나 환자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틀어두면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능한 한 실내와 외부의 명암 차를 줄여 자연스러운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치매환자가 소리를 지르거나 흥분한다고 해서 억제대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억제는 일시적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환자의 불안을 오히려 증폭시켜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가족의 따뜻한 관심이 일몰증후군 완화의 열쇠입니다
치매환자에게 정서적인 지지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환자가 평소 좋아했던 가족이나 애완동물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이 크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과거에 즐겨 하던 취미활동이나 좋아했던 음악, 색칠하기, 마사지 등을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긴장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해질 무렵 환자를 가벼운 산책에 데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주변 환경을 체험하게 되면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가라앉고, 기분 전환도 되어 일몰증후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치매환자의 저녁 시간대 행동 변화를 단순한 짜증이나 변덕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속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공감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치매 돌봄의 기본이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첫걸음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