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적거리기 행동의 원인과 이해
치매환자가 갑자기 서랍을 열고 물건을 꺼내거나, 옷장을 반복적으로 뒤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버릇이 아닌 ‘인지 저하’로 인한 불안감, 무료함, 혹은 일종의 의무감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나 손의 감각자극이 줄어든 데서 오는 심리적 반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쓰레기나 설탕 같은 물건을 의미 없이 모아두는 ‘수집행동’도 자주 관찰됩니다. 이는 과거 결핍 경험이나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기억이 영향을 주어, 무의식적으로 물건을 모아두는 습관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치매환자에게는 이 모든 행동이 의미가 있으며, 자신만의 논리 속에서 ‘정리’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적절한 행동처럼 보여도 해롭지 않은 치매 행동들
뒤적거리기나 모아두기는 가족이나 돌봄 제공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지만, 치매 환자에게는 실제로 큰 위안을 주는 행동입니다. 이러한 행동을 억제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정서적 충격을 주어 언어적 또는 신체적 공격성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이상한 물건을 모아둔 것을 발견했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치워버리면, 환자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한 물건이 강제로 사라졌다는 인식을 갖게 되어 분노하거나 우울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며, 위험하지 않은 물건이라면 그대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정기적으로 환자가 자주 물건을 두는 장소(예: 침대 밑, 서랍 안 등)를 확인하여 청결을 유지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치매환자 뒤적거리기 욕구를 안전하게 해소하는 방법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환자의 ‘뒤적이고 싶은 욕구’를 안전하게 충족시켜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단추나 실, 나사, 공구류와 같이 주제가 있는 안전한 물건들을 모아둔 ‘뒤적뒤적 상자’를 만들어 제공하면 환자는 오랜 시간 집중하며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화분에 물주기, 빨래 개기, 콩 고르기 등 소소한 일거리를 제공하면 환자 스스로 가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는 무료함을 덜어주고 다른 문제행동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특히, 활동은 환자의 과거 직업이나 취미와 연관된 것으로 구성하면 회상 효과까지 더해져 치료적 효과가 커질 수 있습니다.
치매환자의 정서적 지지와 비판 없는 관찰이 핵심입니다
치매환자가 물건을 반복적으로 모으거나, 의미 없이 뒤적이는 것처럼 보여도 이는 모두 그들만의 감각 자극 방식이며 정서적 위안을 얻는 하나의 표현입니다. 환자의 감정에 공감하며 관찰하고, 필요 시 몰래 정리하되 절대 환자 앞에서 지적하거나 비판해서는 안 됩니다.
가능하다면 환자의 과거 생활 이력과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환자가 특히 애착을 느끼는 물건이나 공간을 파악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돌봄 제공자는 일상 속에서 환자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로 반응해야 치매환자와의 관계가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서적 지지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접근이 치매환자의 문제행동을 줄이고, 전체적인 돌봄의 질을 향상시키는 핵심 열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