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도, 약도, 목욕도 다 거부해요…
치매환자의 돌봄 과정에서 흔히 마주하게 되는 문제 중 하나가 ‘거부’ 혹은 ‘저항’입니다.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나 돌봄을 제공하는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보호자나 병원동행매니저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치매환자의 행동을 고치려 하기보다,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원인을 이해하고 부드럽게 접근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거부감이나 저항은 환자가 불편함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일상적인 일을 정해진 시간, 익숙한 장소에서, 일정한 순서와 방법으로 반복적으로 진행하면 치매환자의 혼란을 줄이고 거부나 저항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식사, 약 복용, 목욕 등의 돌봄은 매번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면 환자가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루틴은 치매환자의 불안감과 저항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식사 거부, 억지보다 공감과 기다림이 먼저입니다
치매환자의 식사 거부는 단순히 ‘먹기 싫다’는 문제를 넘어 입안 염증, 통증 등 신체적인 이유일 수 있으므로 먼저 구강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잇몸의 붉은기, 혓바늘, 구강 내 부종 등을 발견하면 즉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합니다. 또한, 식사 중에는 절대 혼내거나 잔소리를 하지 말고, 가능하면 조용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식사를 유도해야 합니다.
만약 치매환자가 다른 일에 몰두해 식사를 거부한다면 “지금은 식사 시간이에요”라고 부드럽게 알려주며 관심을 돌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쉽게 집중을 못 하는 환자에겐 김밥이나 빵처럼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억지로 먹이려 하기보다는 환자의 기분을 살핀 뒤 다시 한 번 음식을 권하는 것이 거부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약 복용 거부는 ‘이물질’ 인식 때문일 수 있습니다
치매환자는 자신의 병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약 복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심지어 약을 이물질로 인식해 뱉어버리는 일도 흔히 발생합니다. 이럴 때는 환자가 좋아하는 음식에 약을 섞어 자연스럽게 복용하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단, 모든 음식에 약을 섞는 습관을 들이면 오히려 전체 음식을 거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약 복용 거부가 심한 경우에는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약물의 형태나 복용 방법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알약 대신 물약, 패치제 등으로 변경하거나, 복용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거부를 고집으로 해석하지 않고, 인지 저하로 인한 반응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태도입니다.
목욕 거부에는 다양한 이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치매환자의 목욕 거부는 매우 흔한 문제 중 하나로, 단순히 “씻기 싫다”는 이유 외에도 조명, 물에 대한 공포, 낯선 공간에 대한 불안, 수치심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더러우니까 씻으세요” 같은 지시형 말투는 피하고, 환자의 감정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욕실 조명이 어두워 무서워할 경우 밝게 바꾸거나, 이동식 욕조를 사용해 거실이나 방에서 목욕을 돕는 것도 좋은 대안입니다. 또 맨몸 노출에 대한 거부가 있다면 옷을 입은 채로 손, 발부터 씻기며 점차 익숙해지게 합니다. 따뜻한 말과 칭찬은 거부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통증이 있다면 가능한 통증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목욕이 환자에게 수치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연스럽고 조심스럽게 도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