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소리 지르고 때리는 치매환자, 왜 그럴까요?
실제 사례로, 78세의 김OO 어르신은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가끔 돌봄자가 양치질을 시키려 하면 화를 내며 손을 뿌리치고, 심한 경우 손등을 때리거나 욕설을 내뱉곤 합니다. 보호자는 “평소에 순하신데 왜 이럴까?” 하고 당황스러워하지만, 이는 단순한 고집이 아닌 치매로 인한 ‘공격적 행동’일 수 있습니다. 김 어르신의 경우, 양치 도중 입안의 민감한 자극이 통증으로 느껴졌고, 이를 표현하지 못한 채 좌절감이 격해져 폭발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치매환자의 공격적 행동은 단지 ‘성격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려는 감정 표현입니다. 환자는 혼돈과 불편함 속에서도 여전히 자존심과 감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돌봄자가 무심코 던진 말이나 강압적인 행동이 분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격적 행동의 주요 원인과 상황별 분석
또 다른 사례로, 82세 박OO 어르신은 요양병원에서 새로운 병실로 옮긴 후, 주변 환자에게 이유 없이 고함을 지르고, 간호사가 약을 주려 하자 손등을 때리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간호사는 놀라서 뒷걸음질쳤고, 가족도 크게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박 어르신은 새 병실의 침대 방향과 조명이 낯설고, 옆 침대의 TV 소리와 불빛이 혼란을 유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기존 병실로 되돌리자 공격적 행동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 사례는 환경 변화와 감각 자극이 치매환자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또, 환자 입장에서는 "왜 여기로 왔지?", "이 사람들은 누구지?" 같은 의문을 해소할 수 없을 때 불안이 분노로 바뀌게 됩니다.
감정의 언어로 반응하기 – 돌봄자의 대응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돌봄자의 감정 조절 능력과 공감입니다. 치매환자의 공격은 돌보는 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지만, 돌봄자가 당황하거나 짜증을 내면 상황은 오히려 악화됩니다.
예를 들어 손을 뿌리치는 행동을 보였을 때, “왜 그러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놀라셨죠? 천천히 해볼게요.”라고 부드럽게 대응하면 환자의 긴장도는 현저히 줄어듭니다. 특히 언성을 높이지 않고, 낮고 차분한 어조로 눈을 맞추며 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환자가 실제 신체적 통증이나 질병을 표현하지 못하고 분노로 나타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가 있을 경우 기저 질환, 통증, 배뇨 곤란, 열감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분노, 폭언, 폭력… 치매환자의 ‘공격적 행동’은 감정의 외침입니다
치매환자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고, 울거나 화를 내며, 때론 욕설이나 물리적 행동까지 보일 때 가족과 돌봄자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심한 경우 주먹을 휘두르거나 물건을 던지고, 때리거나 꼬집는 등의 폭력적 행동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공격적 행동은 단순한 성격 문제나 의도적인 반항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환자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거나,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좌절감 속에서 터져 나오는 반응입니다.
특히 돌봄자가 환자를 무시하거나, 반복 지시를 성급히 하거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투를 사용할 경우 치매환자는 깊은 수치심과 분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의사 표현 능력이 제한된 치매환자에게 공격은 ‘유일한 표현 수단’일 수 있습니다.
공격적 행동, 위험보다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치매환자가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 신체적 요인: 통증, 배뇨 불편, 억제대의 압박, 질병
- 정신적 요인: 외로움, 불안, 좌절, 무시당한 감정
- 환경적 요인: 갑작스러운 소음,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나 사람
- 사회적 요인: 반복되는 간섭, 너무 많은 지시, 자율성의 박탈
공격은 치매환자의 감정 조절 능력 저하에서 비롯됩니다. 자신이 놓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받지 못했다”는 불안에서 감정이 폭발하는 것이지요. 특히, 상대방이 당황하거나 화를 내면 환자의 공격은 더욱 증폭될 수 있습니다.
공격적 행동 대처법 – 감정을 가라앉히고, 자극을 제거하세요
- 위험 상황 즉시 분리: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경우 환자를 조용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옮기고 자극을 최소화합니다.
- 돌봄자 감정관리: 돌보는 사람의 감정이 흔들리면 상황은 악화됩니다. 침착한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대응하세요.
- 논쟁 금지: “그건 아니에요!” 같은 정정이나 논박은 오히려 갈등을 키웁니다. 환자의 감정을 먼저 받아들이세요.
- 신체적 원인 확인: 평소와 다르게 격해진다면 통증, 염증, 탈수, 열 등 다른 원인 질환을 확인해야 합니다.
- 조용한 환경 조성: 소음, 복잡함, 낯선 상황을 줄이고 조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세요.
- 단순한 지시와 반복 설명: 한 번에 한 가지씩, 짧고 명확한 말로 안내하고 못 알아들으면 같은 말로 다시 말합니다.
- 의사결정 기회 제공: 환자가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해 자율성과 존중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 예측 가능한 일과 유지: 일상 활동의 순서를 바꾸지 않고 반복함으로써 안정감을 유도하세요.
- 신체 접촉과 온화한 표현 활용: 손을 잡거나, 어깨를 토닥이며, “괜찮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같은 말로 환자를 안심시킵니다.
- 기억을 자극하지 않기: 진정된 후에도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묻거나 상기시키지 않습니다.
자해·타해 위험이 크다면 약물치료도 고려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공격 행동은 환경 조절과 감정 공감만으로도 충분히 완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자해 위험이 높거나, 주변 사람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에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단, 이는 마지막 수단이며 장기적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기분을 억누르려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분노의 원인을 미리 발견하고 제거하는 ‘예방 중심의 돌봄’입니다. 감정적 상처에서 비롯된 행동은, 따뜻한 말 한마디와 공감의 손길로도 충분히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예방이 최고의 대처법입니다
공격적 행동을 예방하려면, 치매환자의 하루 일과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갑작스러운 방문, 큰 소리의 TV, 낯선 냄새 등은 감각이 예민한 환자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가능한 반복적이고 단순한 활동을 유지하며, 환자에게 익숙한 사람과 장소를 중심으로 생활하도록 유도하세요.
무엇보다, 환자가 통제권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게 의사결정의 기회를 주는 것이 자존심을 지켜주는 데 중요합니다. “이 옷 입을래요, 저 옷 입을래요?”처럼 작은 선택도 환자에게는 감정적으로 큰 위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