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진입, 생명보험회사에 닥친 구조적 도전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생명보험회사도 새로운 현실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2035년에는 베이비붐 1세대(1955~1964년생)와 2세대(1965~1974년생)가 모두 60세를 넘어서며, 60세 이상 인구가 약 2,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숫자는 30~50대 인구 전체를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로, 고령 인구가 중심 소비층으로 떠오를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존 생명보험의 비즈니스 모델은 젊은 층이 보험료를 납부하고, 노년기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젊은 인구가 줄고 고령층이 늘어나면 구조적 성장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업계는 단순한 보장 기능을 넘어서 고령층의 다양한 요구를 포괄하는 새로운 사업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고령층 특화 플랫폼 전략, 생명보험사의 진화 방향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생명보험회사가 단순한 보험 판매를 넘어서 고령층의 삶 전반을 책임지는 ‘라이프스타일 컴퍼니(Lifestyle Company)’로 발전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명보험회사가 고령층과 관련해 다룰 수 있는 주요 사업 영역은 ① 보장(질병·상해 보험), ② 돌봄서비스(노인요양, 실버타운 등), ③ 자산관리(신탁, 주택연금 등), ④ 웰빙(건강, 여행, 교육 등)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KB금융그룹이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사업에 진출했고, 신한라이프도 노인요양시설 및 실버타운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생명은 치매 등 노후 리스크를 고려한 ‘노노안심신탁’과 ‘종활신탁’ 같은 자산관리 상품을 선보였고, 메트라이프생명은 종합은퇴솔루션 ‘360Future’를 통해 건강, 가족, 여행,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까지 포함한 고령층 맞춤형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보험회사가 점차 고령층의 다양한 생활 니즈를 포괄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베이비붐 세대, 보험 이상을 원하는 소비자 집단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건강, 돌봄, 자산관리, 웰빙 등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다양한 서비스 수요를 보이고 있습니다. 건강관리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 개선, 건강검진, 보험 가입을 통한 리스크 대응으로 나타났으며, 실손보험 가입률은 67.2%, 질병보험은 74.4%, 상해보험은 66.6%로 나타났습니다. 돌봄 분야에서는 약 49%가 본인의 집에 머무르며 외부 서비스를 받는 방식의 돌봄을 선호하고, 부모 돌봄과 관련해서는 80.5%가 유료 자문 서비스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자산관리에서는 치매나 노후로 인해 자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한 신탁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향후 신탁상품을 활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1.3%에 달했습니다. 웰빙 측면에서는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은퇴 후 재취업 및 창업을 위한 교육, 개인 맞춤형 여행 상품 등에도 60~70% 이상의 소비자들이 지불 의향을 보이며 보험 이상의 가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문화된 고령층 서비스와 인력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생명보험회사가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고령층 특화 브랜드와 전문 인력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미국에는 고령자 법률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Elder Law Attorney’가 있고, 부동산 분야에서도 고령층의 주거 선택과 자산 활용을 도와주는 ‘Senior Real Estate Specialist’가 존재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일정 교육을 이수한 후 고령친화설계사 자격을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령층 대상 사업은 보험사 본체보다는 별도의 자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이 브랜드 구축과 서비스 신뢰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생명보험회사가 고령자들이 “은퇴 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상품 판매를 넘어, 신뢰 기반의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할 것입니다.